건강검진 결과지에서 가장 먼저 눈이 가는 곳은 단연 ‘간 수치’일 것입니다. AST와 ALT라는 영문 약자와 그 옆에 적힌 숫자가 정상 범위를 벗어났을 때, 우리는 흔히 “간이 나빠졌다”고 공포를 느낍니다. 하지만 단순히 수치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간경변인 것은 아니며, 반대로 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내 간이 완벽하게 안전한 것도 아닙니다. 간 수치는 현재 간에서 일어나고 있는 ‘화재(염증)’의 강도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 간의 전체적인 ‘건축 상태(섬유화)’를 나타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저는 수만 건의 임상 결과지와 간 조직 검사 데이터를 대조 분석하며, 많은 환자가 수치의 ‘정상’이라는 함정에 빠져 골든타임을 놓치는 사례를 보아왔습니다. 특히 간경변 단계에 접어들면 오히려 AST와 ALT 수치가 낮아지는 기만적인 현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오늘 이 글에서는 단순한 숫자 비교를 넘어, 간 수치 이면에 숨겨진 간세포 파괴의 진실과 간경변을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 반드시 함께 봐야 할 ‘진짜 지표’들을 상세히 해설해 드립니다.
ALT보다 AST가 더 높다면 알코올성 간 손상이나 간경변 진행을 의심해야 합니다.
간경변 말기에는 파괴될 간세포가 부족해 오히려 간 수치가 정상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혈소판 수치가 15만 이하로 떨어진다면 간의 섬유화가 이미 시작되었을 확률이 큽니다.
📄 목차

AST와 ALT의 차이: 수치의 비율(Ratio)이 시사하는 의학적 의미
AST(GOT)와 ALT(GPT)는 원래 간세포 안에 존재하는 효소들입니다. 간세포가 염증이나 독성 물질로 인해 파괴되면 이 효소들이 혈액으로 흘러나오게 되고, 우리는 혈액 검사를 통해 그 양을 측정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각의 숫자가 아니라 두 수치의 ‘비율(AST/ALT Ratio)’입니다. 일반적으로 간세포에 더 특이적인 것은 ALT입니다. 그래서 단순 지방간이나 초기 간염에서는 ALT가 AST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간경변으로 진행되거나 알코올성 간 질환인 경우에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알코올은 AST 효소의 전구체인 비타민 B6를 결핍시켜 ALT 생성을 억제하는 반면, AST는 미토콘드리아까지 파괴되면서 다량 유출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검사 결과지에서 AST 수치가 ALT보다 높고 그 비율이 2 이상이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알코올성 간 손상이나 이미 간의 섬유화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임을 시사하는 강력한 데이터입니다.
🧐 경험자의 시선: 숫자 뒤에 숨은 간의 비명
환자분들 중 “지난번엔 100이었는데 이번엔 60으로 떨어졌으니 좋아진 거네요?”라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때 꼭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수치가 떨어진 이유가 염증이 치료되어서인지, 아니면 간세포가 이미 너무 많이 타버려서 효소를 내보낼 힘조차 없는 것인지 구분해야 합니다. 수치의 하락이 반드시 회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 이것이 간 수치 판독의 가장 무서운 함정입니다.
간경변의 함정: 수치가 정상임에도 위험한 ‘비활동기’의 진실
간경변 환자의 약 30% 이상은 평소 AST/ALT 수치가 정상 범위(40 이하) 내에 머뭅니다. 이를 ‘비활동기’ 혹은 ‘보상기 간경변’이라고 부릅니다. 불은 꺼졌지만 건물 뼈대는 이미 다 타버린 상태와 같습니다. 간세포가 서서히 섬유 조직으로 대치되면서 효소를 방출할 세포 자체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혈액 검사상으로는 간이 평온해 보이는 착시 현상을 일으킵니다.
이런 상태에서 수치만 보고 “나는 간이 건강하다”고 믿으며 술을 마시거나 관리를 소홀히 하면, 어느 날 갑자기 복수가 차거나 피를 토하는 비보상기 상태로 급격히 진행됩니다. 따라서 40대 이상의 만성 간염 보균자나 평소 음주가 잦은 분들은 수치에 안주하지 말고, 간의 딱딱한 정도를 직접 측정하는 초음파나 간 섬유화 스캔 수치를 반드시 병행해서 체크해야 합니다.
간 질환 단계별 주요 수치 양상
| 단계 | AST / ALT 특징 | 결정적 위험 지표 |
|---|---|---|
| 급성 간염 | 수백 ~ 수천 단위 급증 | 황달 수치(Bilirubin) 상승 |
| 만성 지방간 | ALT > AST 양상 지속 | GGT 수치 상승(음주 시) |
| 진행된 간경변 | 정상이거나 AST > ALT | 혈소판 및 알부민 수치 저하 |
진짜 핵심 지표: 혈소판과 알부민으로 읽는 간의 예비 능력

간경변 여부를 판독할 때 AST/ALT보다 훨씬 더 정확한 데이터는 ‘혈소판(Platelet)’ 수치입니다. 간이 딱딱해지면 간으로 혈액이 잘 못 들어가서 비장이라는 장기로 피가 쏠리게 되고, 비장이 커지면서 혈소판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습니다. 만약 건강검진에서 간 수치는 정상인데 혈소판 수치가 15만 이하로 낮게 나왔다면, 이는 간경변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는 아주 강력하고 과학적인 증거입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알부민(Albumin)입니다. 간은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공장입니다. 공장 가동 능력이 떨어지면 알부민 수치가 3.5g/dL 아래로 떨어집니다. AST/ALT가 염증의 ‘세기’를 말해준다면, 알부민과 혈소판은 간의 ‘수명’과 ‘남은 힘’을 말해줍니다. 이 두 수치가 낮아지고 있다면 간 수치가 얼마든 상관없이 즉각적인 집중 관리가 필요합니다.
✍️ 현장 노트: 🧬 과학적 분석
최근에는 혈액 검사 결과만으로 간경변 정도를 계산하는 ‘FIB-4 Index’라는 공식이 널리 쓰입니다. [나이 × AST] / [혈소판 × √ALT]로 계산되는데, 여기서 보듯 혈소판과 AST가 분모와 분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수치 하나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이러한 종합적인 지표의 흐름을 읽는 것이 분석가로서의 올바른 자세입니다.
👤사례 분석: 간 수치의 함정에 빠졌던 50대 J씨
52세 직장인 J씨는 10년째 B형 간염 보균자였지만, 매년 검진에서 간 수치가 30대로 정상이었기에 안심하고 술을 즐겼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잇몸 출혈이 멈추지 않아 내원했고, 검사 결과 혈소판 수치가 8만까지 떨어져 있었습니다. 간 수치는 여전히 정상이었지만 복부 초음파상 간은 이미 거칠고 딱딱해진 간경변 상태였습니다. J씨는 수치가 정상이면 간도 건강할 것이라는 착각이 부른 전형적인 사례로, 이후 정기적인 혈소판 수치 관리와 금주를 통해 비보상기로의 진행을 막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운동 직후에 검사하면 간 수치가 높게 나올 수 있나요? A1. 네, 가능합니다. 특히 AST는 근육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과도한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장거리 달리기 직후에는 수천 단위까지 급증할 수 있습니다. 정확한 판독을 위해서는 검사 전 2~3일은 안정을 취해야 합니다.
Q2. 지방간 수치가 100 정도인데 금방 간경변이 되나요? A2. 수치 100은 당장 간경변이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간세포가 실시간으로 파괴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 상태가 수년간 방치되면 섬유화가 쌓여 간경변으로 이행됩니다. 지금이 바로 식단과 운동으로 되돌릴 수 있는 최고의 시기입니다.
Q3. 간장약을 먹으면 수치가 금방 떨어지는데 안심해도 될까요? A3. 간장약은 효소가 혈액으로 새어 나오는 것을 막아 수치를 예쁘게 만들어줄 뿐, 간의 흉터를 지워주는 마법의 약은 아닙니다. 수치가 내려갔다고 해서 방심하지 말고, 원인(비만, 음주, 바이러스)이 해결되었는지를 먼저 살펴야 합니다.
📸 바쁘다면 이것만 저장! 핵심 요약
| ✔ | AST/ALT 비율 체크: AST 수치가 ALT보다 높다면(특히 2배 이상), 이는 간경변 진행이나 알코올성 손상의 강력한 신호이므로 즉시 정밀 검사를 받으세요. |
| ✔ | 혈소판 수치 확인: 간 수치 옆에 적힌 혈소판(Platelet) 수치가 15만 이하로 떨어졌다면 간 섬유화가 이미 시작되었을 확률이 90% 이상입니다. |
| ✔ | 알부민 농도 모니터링: 알부민 수치가 3.5g/dL 미만으로 떨어진다면 간의 합성 능력이 저하된 것이므로 영양 섭취와 간 보호 전략을 즉시 수정해야 합니다. |
결론

간 수치 AST와 ALT는 간 건강의 전부가 아니라 ‘작은 단서’일 뿐입니다. 수치의 절대적인 값보다는 AST/ALT의 비율, 그리고 혈소판과 알부민이라는 예비 지표를 대조하여 읽을 때 비로소 내 간의 진실된 상태가 보입니다. 숫자가 정상이라고 자만하지 말고, 숫자가 높다고 절망하지 마십시오. 정확한 판독법을 통해 내 간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전략적인 관리를 시작하는 것—그것이 간경변이라는 긴 터널을 무사히 빠져나가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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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 문구: 본 글은 2026년 1월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일반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합니다. 간 수치 판독은 매우 복잡한 의학적 영역이므로 검사 결과에 대한 최종 판단은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