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예상 수령액 계산기는 당신의 미래를 보여주는 수정구슬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이 입력한 여러 가정(假定)을 바탕으로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유용한 도구일 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계산기가 보여주는 장밋빛 숫자에 현혹되어 막연한 안도감을 느끼지만, 그 숫자가 어떤 전제 위에서 만들어졌는지 확인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계산기 사용 전 반드시 점검해야 할 핵심 요소들을 알아보고, 숫자의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에 발 딛고 노후를 준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당신의 노후는 단순한 숫자 몇 개로 예측될 만큼 간단하지 않습니다. 예상 수령액 계산기는 매우 편리한 도구이지만, 동시에 당신을 가장 위험한 착각에 빠뜨릴 수 있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Garbage in, Garbage out(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이라는 말처럼, 부정확하고 낙관적인 가정들을 입력하면 계산기는 그럴듯해 보이는 쓰레기 같은 결과를 보여줄 뿐입니다. 진정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은 계산기가 보여주는 결과를 맹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들어내는 가정이 현실적인지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점검하는 사람입니다.
목차
이 글은 당신이 더 이상 수동적인 정보 수용자가 아닌, 능동적인 계획 수립자가 되도록 도울 것입니다. 단순히 계산기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그 이면에 숨겨진 변수들을 하나씩 점검하는 구체적인 체크리스트를 제공합니다. 이 체크리스트를 따라 당신의 퇴직연금 계획을 하나씩 검토하다 보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계획의 허점들을 발견하고 더욱 견고하고 현실적인 노후 계획을 세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제 계산기를 현명하게 부리는 주인이 될 시간입니다.
‘숫자의 환상’: 계산기 결과가 배신하는 이유
40대 중반의 박 과장님은 얼마 전 인터넷에서 발견한 퇴직연금 예상 수령액 계산기를 사용해보고 입이 귀에 걸렸습니다. 몇 가지 정보를 입력하자, 60세에 은퇴하면 5억 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받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그는 ‘이 정도면 노후 걱정은 없겠군’이라며 안도했고, 그 후로는 퇴직연금에 대해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재테크나 추가적인 저축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죠. 계산기가 보여준 숫자의 환상이 그에게 달콤한 안정감을 주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 숫자가 어떤 전제 위에서 계산되었는지 전혀 확인하지 않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시간이 흘러 박 과장님이 50대 후반이 되었을 때, 그는 우연히 자신의 퇴직연금 실제 적립액을 확인하고는 큰 충격에 빠졌습니다. 과거 계산기가 보여주었던 예상 금액에 턱없이 모자랐기 때문입니다. 원인은 간단했습니다. 계산기는 그가 앞으로도 계속해서 높은 임금 상승률을 기록하고, 그의 DC형 계좌가 연평균 7%라는 높은 수익률을 꾸준히 달성할 것이라고 ‘가정’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사정이 어려워져 몇 년간 임금은 동결되었고, 그가 무관심하게 방치해 둔 퇴직연금 계좌는 연 2% 수준의 저조한 수익률에 머물러 있었던 것입니다.
박 과장님의 사례는 계산기가 만들어내는 ‘숫자의 환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계산기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용자가 입력한 ‘가정’에 따라 미래를 시뮬레이션할 뿐입니다. 만약 그 가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면, 결과값 역시 현실과 동떨어진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 간단한 사실을 잊고, 계산의 결과값을 마치 확정된 미래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데 있습니다. 이는 결국 현실적인 노후 준비를 소홀하게 만드는 ‘인지적 마비’ 상태를 유발하며, 뒤늦게 현실을 마주했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예상 수령액 계산기를 사용할 때, 결과값에 기뻐하거나 슬퍼하기 전에 한 걸음 물러나 그 결과를 만들어낸 가정들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내가 입력한 예상 임금 상승률은 합리적인가? 내가 설정한 기대 수익률은 나의 실제 투자 성향과 일치하는가? 혹시 계산 과정에서 누락된 비용이나 변수는 없는가? 이러한 비판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을 때, 비로소 계산기는 위험한 환상을 보여주는 마법 거울이 아니라, 나의 노후 계획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데 도움을 주는 유용한 ‘진단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체크리스트 1: 당신의 ‘평균임금’은 정확한가? (DB형)
확정급여형(DB) 가입자에게 예상 수령액 계산기의 정확도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입력값은 단연 ‘평균임금’입니다. 만약 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그 이후의 모든 계산은 의미 없는 숫자의 나열이 될 뿐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지르는 가장 흔한 실수는 바로 자신의 현재 월급이나 연봉을 평균임금으로 생각해 그대로 입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퇴직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법적인 ‘평균임금’은 단순히 월급 명세서에 찍히는 숫자가 아니며, 포함되는 수당의 범위나 계산 방식이 회사 규정마다 미묘하게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정확한 확인이 필요합니다.
우선, 당신의 평균임금에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각종 수당이 모두 올바르게 포함되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평균임금에는 기본급 외에도 직책수당, 기술수당, 근속수당, 면허수당 등 매달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거의 모든 금품이 포함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계산기를 사용하기 전에, 당신의 급여명세서를 펼쳐놓고 어떤 수당 항목들이 있는지 목록을 만든 뒤, 이 항목들이 우리 회사 퇴직금 규정상 평균임금 산정에 모두 포함되는 것이 맞는지 인사팀이나 노무팀에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예상보다 더 많은 금액이 평균임금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평균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항목을 실수로 포함하여 계산하는 오류도 피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비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성과급이나 격려금, 인센티브 등입니다. 이러한 항목들은 일시적이거나 경영 성과에 따라 지급 여부가 달라지는 것들이므로, 대부분 평균임금 산정에서 제외됩니다. 만약 작년에 받은 두둑한 성과급까지 포함하여 평균임금을 계산기에 입력한다면, 당연히 예상 수령액은 현실과 동떨어진 수준으로 부풀려져 나오게 될 것입니다. 이는 미래에 대한 잘못된 기대감을 심어줄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오류이므로 반드시 주의해야 합니다.
가장 확실하고 간단한 해결책은 추측을 멈추고 회사에 직접 확인하는 것입니다. 인사팀에 연락하여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는 제 평균임금의 정확한 정의와 현재 기준 금액을 알 수 있을까요?”라고 문의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또한, 미래의 예상 수령액을 계산할 때 ‘예상 임금 상승률’을 입력하는 항목이 있다면, 이 역시 과거의 경험이나 회사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여 최대한 보수적이고 현실적인 수치를 입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막연히 매년 5%씩 오를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금물입니다. 이처럼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계산기를 사용할 때, 비로소 그 결과값은 의미 있는 참고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체크리스트 2: ‘예상 수익률’의 함정을 피하는 법 (DC형)
확정기여형(DC) 가입자에게 예상 수령액 계산기는 더욱 위험한 함정이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예상 수익률’이라는 단 하나의 변수가 미래의 모든 것을 바꾸어 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온라인 계산기는 사용자의 편의를 위해 연평균 5% 또는 7%와 같은 긍정적인 수치를 기본값으로 설정해 둡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단순한 ‘예시’일 뿐, 당신의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약속’이 결코 아닙니다. 만약 당신이 이 기본값을 아무런 비판 없이 그대로 사용한다면, 당신은 이미 박 과장님처럼 숫자의 환상에 발을 들여놓은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예상 수익률이야말로 계산기 사용 전 가장 경계하고 현실적으로 점검해야 할 핵심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어떤 수익률을 입력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의 실제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지금 바로 당신이 가입한 금융사의 퇴직연금 앱을 열어, 최근 1년 혹은 3년간의 당신 계좌의 ‘실제 연평균 수익률’을 확인해 보세요. 만약 그 수치가 3% 수준이라면, 계산기에도 3%를 입력해야 합니다. 만약 당신이 투자를 전혀 하지 않고 모든 적립금을 원리금보장상품에만 넣어두었다면, 기대수익률은 2% 내외로 입력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미래에는 더 잘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로 7%를 입력하는 순간, 계산기는 당신이 듣고 싶어 하는 거짓말을 들려주기 시작할 것입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예상 수익률을 입력하는 것은 단순히 계산 결과를 왜곡하는 것을 넘어, 당신의 현재 행동에까지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어차피 내 퇴직연금은 연 7%로 불어나고 있으니, 추가적인 저축은 좀 덜 해도 괜찮겠지’ 또는 ‘이 정도 소비는 미래의 내가 감당할 수 있을 거야’와 같은 재정적 해이를 유발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가짜 다이어트 약을 믿고 폭식을 하는 것과 같습니다. 차라리 실제보다 약간 보수적인 수익률(예: 실제 수익률이 5%라면 4%로 입력)을 입력하여 계획을 세우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 기대보다 낮은 결과에 실망하는 것보다, 기대보다 높은 결과를 얻고 기뻐하는 것이 당신의 노후를 훨씬 더 튼튼하게 만듭니다.
결론적으로, DC형 가입자는 ‘예상 수익률’을 미래에 대한 희망 사항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냉정한 ‘데이터’로 취급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데이터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매년 당신의 실제 운용 성과에 따라 계속해서 수정하고 업데이트해야 할 ‘가설’과도 같습니다. 계산기를 사용할 때마다 이 가설을 점검하고 현실화하는 과정을 거칠 때, 비로소 당신은 수익률의 함정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미래를 계획할 수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다룬 DC형의 핵심 변수들을 다시 한번 복습하면, 왜 수익률 관리가 그토록 중요한지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체크리스트 3: 숨어있는 ‘수수료’를 반영했는가? (DC/IRP)
DC형이나 IRP 가입자가 예상 수익률만큼이나 쉽게 놓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는 바로 ‘수수료’입니다. 당신의 퇴직연금 자산이 불어나는 것을 방해하는 보이지 않는 저항, 즉 마찰력과도 같은 존재죠. 대부분의 간편 예상 수령액 계산기는 이 수수료 변수를 아예 입력하는 칸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계산기의 결과가 기본적으로 수수료가 전혀 없는 이상적인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당신이 아무리 예상 수익률을 현실적으로 입력했다 하더라도, 수수료를 별도로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계산 결과는 여전히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퇴직연금 수수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는 퇴직연금 사업자(은행, 증권사)에게 매년 납부하는 ‘운용관리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입니다. 이는 당신의 계좌를 관리해주는 대가로, 보통 전체 적립금의 0.2%에서 0.6% 사이입니다. 둘째는 당신이 투자한 펀드나 ETF 상품 자체에 내재된 ‘총보수비용(TER)’입니다. 이 모든 비용을 합산하면, 당신은 매년 적립금의 일정 비율을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는 셈입니다.
계산기를 사용하기 전에, 당신이 가입한 금융사의 홈페이지나 상품 설명서를 통해 이 수수료율이 정확히 몇 퍼센트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계산기에 입력 칸도 없는 이 수수료를 어떻게 반영해야 할까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당신이 확인한 총 수수료율만큼 예상 수익률을 직접 깎아서 입력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의 실제 연평균 수익률이 6%이고, 각종 수수료를 합산하니 약 0.5% 수준이라고 확인되었다면, 계산기의 ‘예상 수익률’ 칸에는 6%가 아닌 5.5%를 입력하는 것입니다. 이 간단한 뺄셈 하나가 당신의 계산 결과를 훨씬 더 현실에 가깝게 만들어 줍니다. 이는 마치 자동차 연비를 계산할 때, 공인 연비가 아닌 실제 도로 상황을 고려하여 약간 낮게 예측하는 것과 같은 지혜입니다.
연 0.5%의 수수료가 뭐 그리 대수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30년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 차이는 결코 무시할 수 없습니다. 3억 원의 적립금을 운용한다고 가정할 때, 연 0.5%는 매년 150만 원에 해당하는 금액입니다. 이 돈이 수수료로 나가지 않고 재투자되었다면, 복리 효과를 통해 30년 뒤에는 수천만 원의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수수료는 당신의 노후 자산을 조용히, 그리고 꾸준히 갉아먹는 존재입니다. 따라서 계산기를 사용할 때 이 숨겨진 비용을 반드시 반영하여, 미래에 대한 막연한 낙관론이 아닌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체크리스트 4: ‘세금’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실수령액
당신이 계산기의 모든 변수를 현실적으로 입력하여 드디어 미래의 예상 수령액을 구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하지만 아직 마지막 관문이 남아있습니다. 바로 그 숫자가 세금과 물가 상승률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명목 가치’라는 점입니다. 우리가 진짜 알아야 할 것은 먼 미래에 그 돈으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즉 ‘실질 구매력’입니다. 따라서 계산기가 보여준 결과값에 세금과 물가상승률이라는 두 가지 필터를 적용하여 현실적인 가치로 변환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당신은 여전히 절반의 진실만을 보고 있는 셈입니다.
첫 번째 필터는 ‘세금’입니다. 계산기가 보여주는 5억 원이라는 숫자는 세금을 내기 전의 금액입니다. 만약 당신이 이 돈을 일시금으로 수령할 계획이라면, 상당한 금액의 퇴직소득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대략적인 세율을 적용해 3,000만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면, 당신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4억 7,000만 원으로 줄어듭니다. 반면, 연금으로 수령할 계획이라면 낮은 세율의 연금소득세를 장기간에 걸쳐 나누어 내므로 당장의 세금 부담은 적지만, 매년 받는 연금액에서 세금이 차감된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세금은 피할 수 없으므로, 계산된 총액에서 예상 세금을 빼고 생각하는 습관을 들여야 합니다.
두 번째 필터는 더욱 무서운 ‘물가상승률’입니다. 이는 ‘조용한 도둑’처럼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돈의 가치를 갉아먹습니다. 매년 물가가 3%씩 오른다고 가정하면, 돈의 실제 구매력은 24년 뒤에 정확히 절반으로 줄어듭니다(72의 법칙). 즉, 지금 보기에 아주 커 보이는 5억 원이라는 돈은, 24년 뒤에는 현재 가치로 약 2억 5,000만 원의 물건밖에 살 수 없는 돈이 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계산기가 보여준 미래의 숫자를 현재의 가치로 환산하여 생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0년 뒤 5억 원’은 결코 ‘지금의 5억 원’과 같지 않다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필터를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먼저 계산된 총액에서 당신이 선택할 수령 방식에 따른 예상 세금을 빼서 ‘세후 예상 수령액’을 구합니다. 그 다음, 이 금액의 미래가치를 현재가치로 할인해보는 것입니다. 복잡한 계산이 어렵다면, 최소한 ‘나의 목표 수익률은 반드시 연평균 물가상승률(약 2~3%)을 크게 상회해야만 실질적인 자산 증식이 가능하다’는 사실만이라도 명심해야 합니다. 이처럼 세금과 물가상승률이라는 현실의 무게를 더할 때, 비로소 예상 수령액 계산기의 숫자는 뜬구름 잡는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적인 목표치가 될 수 있습니다.
계산기를 넘어서: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필요한 이유
지금까지 우리는 예상 수령액 계산기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계산기는 어디까지나 특정 시점의 사진을 찍는 것과 같습니다. 한번 잘 나왔다고 해서 내 모습이 평생 그대로인 것은 아니죠. 우리의 퇴직연금 계획 역시 살아있는 생명체와 같아서, 외부 환경과 내부 조건에 따라 계속해서 변해갑니다. 따라서 한두 번의 계산 결과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나의 퇴직연금 계획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정기 건강검진’의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것이야말로 계산기 사용을 넘어선 진정한 노후 관리의 시작입니다.
퇴직연금 건강검진은 최소 1년에 한 번씩은 실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검진의 첫 번째 단계는 내가 가입한 금융기관의 앱이나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실제 데이터’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지난 1년간 내 계좌의 실제 수익률은 몇 퍼센트였는지, 회사가 약속한 부담금은 정확히 입금되었는지, 총 적립액은 얼마나 늘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나의 퇴직연금의 현재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가장 정확한 진단 결과지입니다.
이 실제 데이터를 과거에 계산기로 시뮬레이션했던 예상치와 비교해보는 것이 검진의 두 번째 단계입니다.
만약 실제 수익률이 계산기에 입력했던 예상 수익률보다 낮게 나왔다면, 그 원인을 분석하고 다음 계획을 수정해야 합니다. 시장 전체가 안 좋았던 탓인지, 아니면 내가 선택한 상품의 문제인지를 파악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처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다음번 계산기를 사용할 때는 더 이상 과거의 비현실적인 예상 수익률이 아니라, 새롭게 확인된 실제 수익률을 기반으로 한 더 현실적인 수치를 입력해야 합니다. 이 과정을 통해 나의 계획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계속해서 좁혀나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기적인 건강검진은 단순히 숫자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나 자신의 금융 이해도를 높이고 주도적으로 노후를 관리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내가 내 돈의 주인이라는 인식을 명확히 하고, 시장의 변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며,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기 때문입니다. 이제 예상 수령액 계산기는 일회성 점검 도구가 아니라, 매년 나의 퇴직연금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다음 계획을 세우기 위해 사용하는 청진기와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부디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당신의 소중한 노후 자산을 건강하게 지켜나가시길 바랍니다.
퇴직연금 예상 수령액 점검 FAQ
Q1. 인터넷에 있는 여러 계산기마다 결과가 다른데, 어떤 것을 믿어야 하나요?
A. 계산기마다 적용하는 평균임금 계산 방식, 수수료나 세금의 반영 여부 등 세부적인 로직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특정 계산기를 맹신하기보다는, 이 글에서 제시한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각 입력값을 최대한 현실적으로 보정하여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것은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이나 가입한 금융사에서 제공하는 시뮬레이션입니다.
Q2. 퇴직연금 계산기에서 나온 금액만 믿고 집을 사도 될까요?
A. 매우 위험한 결정입니다. 계산기가 보여주는 미래의 금액은 확정된 돈이 아니라 여러 가정이 합쳐진 추정치일 뿐입니다. 특히 주택과 같이 규모가 큰 자산을 매입할 계획이라면, 계산기 결과는 참고자료로만 활용하고, 현재 시점의 실제 적립액과 명확한 자금 조달 계획을 바탕으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Q3. 제 DC 수익률이 마이너스인데, 계산기에 어떻게 입력해야 하나요?
A. 마이너스 수익률도 현실 데이터이므로 그대로 반영해야 합니다. 다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계속해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가정하기보다는, 왜 손실이 났는지 원인을 분석하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향후 계획을 세울 때는 마이너스보다는 0% 또는 그보다 약간 높은 보수적인 수치를 입력하여 최소한의 기대를 반영해볼 수 있습니다.
Q4. DB형인데, 계산기 결과보다 퇴직금을 더 많이 주는 경우도 있나요?
A. 네, 그럴 수 있습니다. 법적으로 정해진 계산식은 ‘최소한 이만큼은 주어야 한다’는 기준입니다. 만약 회사 규정에 법적 기준보다 더 유리한 계산 방식을 적용하거나, 특별 퇴직 위로금 등을 추가로 지급하는 경우에는 계산기 결과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는 회사마다 다르므로 사내 규정을 확인해야 합니다.
Q5. 계산기를 써보니 노후 자금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금 뭘 해야 할까요?
A. 좌절하기엔 이릅니다. 현실을 직시한 것이 오히려 다행입니다. DC형이라면 좀 더 적극적인 자산 배분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노력을, 공통적으로는 IRP 계좌에 추가 납입을 통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며 저축액을 늘려나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입니다. 은퇴 시점을 늦추거나, 은퇴 후의 소비 눈높이를 조절하는 것도 계획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Q6. 연금 개시 나이를 늦추면 예상 수령액이 얼마나 늘어나나요?
A. 이는 DC형/IRP에만 해당하며, 두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첫째, 투자 기간이 늘어나므로 복리 효과를 더 오래 누려 총 적립금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둘째, 동일한 적립금을 더 짧은 기간(기대여명) 동안 나누어 받게 되므로 매월 받는 연금액 자체가 커집니다. 대부분의 계산기에서 개시 연령을 조절하며 시뮬레이션해볼 수 있습니다.
Q7. 예상 수령액을 가지고 금융기관에서 상담받을 때, 무엇을 물어봐야 하나요?
A. “이 금액을 받으려면,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요?”라고 물어야 합니다. 그리고 “제가 설정한 예상 수익률이 제 포트폴리오에 비추어 현실적인가요?”, “현재 상품 구성에서 수수료를 낮추거나 수익률을 개선할 다른 대안은 없나요?”와 같이, 결과를 확인하는 질문이 아닌, 결과를 만들어가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법을 질문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글을 닫기 전에, 잠시 시간을 내어 당신이 마지막으로 확인했던 퇴직연금 명세서를 찾아보세요. 그리고 그 위에 적힌 실제 숫자들을 당신이 즐겨 사용하던 계산기에 다시 한번 입력해보세요. 환상이 걷힌 진짜 당신의 미래는 어떤 모습입니까? 계산기는 당신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책임은 오직 그 도구를 사용하는 당신에게 있습니다. 오늘부터 숫자의 환상에서 벗어나, 현실 데이터에 기반한 현명한 설계자가 되십시오.
이 시리즈 전체의 개요와 핵심 내용을 정리한 메인 글도 함께 참고해 보세요.
※ 본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개인의 재무 상황에 대한 조언이나 투자를 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예상 수령액 계산 및 퇴직연금 운용과 관련된 최종 결정은 반드시 전문가와의 충분한 상담을 통해 신중하게 내리시기 바랍니다. 본문에 포함된 정보는 향후 법률 개정이나 시장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습니다.









